Taxable payment annual report

14/08/2019

오래전 한국에서의 회계, 세무 업무를 마무리 하고 처음 호주에 왔을 때 여러가지 문화적 차이에 흥미로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회계 법인에 처음으로 출근을 한날 옆자리 동료가 국세청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국세청 직원에게 훈계조로 말을 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이야 많이 개선 되었겠지만 예전 한국에서는 국세청에 전화할 때  담당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해야 했으며, 경험이 많은 일정 직급 이상만 국세청에 전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전화 통화를 한 동료에게 물어보니 국세청 직원들과 자주 법리 다툼을 한다는 말을 듣고 호주의 수평적 업무관계가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호주 세법체계와 한국 세법체계는 그 이론적 바탕은 유사하지만 실무에서는 차이가 많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부가가치세(GST) 신고 시스템입니다. 국세청과의 수평적 관계 만큼이나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제도인데 한국에 비해 많이 허술한 느낌이 들었던 부분입니다. 한국의 경우 부가가치세 신고는 매입처와 매출처별로 세금계산서 주고 받은 합계 금액을 별도로 신고하여 거래 상대방이 신고를 한 건이라도 누락을 하게 되면 국세청 시스템에 바로 빨간불이 들어오게 됩니다. 그러면 누가 신고를 누락했는지, 아니면 다른 상대방이 신고를 잘 못했는지 양쪽에 차이 내역을 통보하여 정확한 신고가 될 수 있도록 합니다.

그에 반해 호주의 부가가치세 신고 시스템은 매입처, 매출처에 대한 정보를 별도로 신고하지 않고 총액으로만 신고를 하게 됩니다. 한국의 시스템과 비교하면 허점이 많은 제도로서 세금 부담을 덜고자 매출을 누락 하거나 매입을 과다로 신고해도 세무조사를 하기 전까지는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셈입니다. 오래전 초창기에 이민오신 교민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우유를 배달시켜 먹고 배달원이 가져갈 수 있게 대문 앞에 돈을 놓아 두어도 아무도 그 돈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처럼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는 호주 문화에서 발전된 세법 시스템이라 그렇다는 의견도 있고, 한편으로는 복잡한 세무신고 시스템을 갖추기에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한 것이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허술한 부가가치세 시스템도 이제 옛말이 될 듯 합니다. Taxable payment annual report라는 제도는 이미 수년 전부터 시행이 된 제도인데 Contractor에게 지급한 내역을 거래선별로 총 금액과 GST를 별도로 신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초기에는 건설 업종에만 신고를 의무화 했지만 지금은 청소, Delivery, IT 등 점차 신고 대상 업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행하고있는 Taxable payment annual report는 아직 전체 매입이 아닌 Contractor에게 지급한 대금만 신고 대상이 국한되어 있어 한국의 부가가치세 신고 시스템과 같이 거미줄처럼 빈틈없이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매년 신고 대상 업종이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볼 때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신고 시스템과 같은 형태로 가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호주가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유사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인력과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4년간 세무조사에 10 Billion을 지원하겠다는 발표나 Single Touch Payroll System 등 지속적인 신규 조세 제도를 볼 때 현 정부의 강력한 조세 개혁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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